
이강인이 파리 생제르망으로 이적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솔직히 리그1을 자주 볼 생각은 없었다. 그동안 프랑스 리그는 5대 리그 중에서도 한국 팬의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밀려나 있는 리그였고, 나 역시 파리 생제르망과 모나코 정도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강인이 실제로 파리에서 뛰기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일주일에 한 번은 리그1 경기를 챙겨 보게 됐고, 그 시청 경험이 쌓이면서 리그1에 대한 내 인상도 천천히 바뀌어갔다.
처음 이강인이 파리 생제르망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섰을 때, 나는 그가 화면에 잡히는 시간보다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을 더 많이 봤다. 당시 파리 생제르망에는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했고, 이강인은 로테이션 멤버로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었다. 경기 중간에 교체 투입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카메라가 그의 발끝을 잠깐씩 비췄는데, 그때마다 한 번이라도 더 공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경기를 봤다. 이 시기 리그1은 내게 “이강인이 나오는 리그”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강인의 출전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교체 멤버에서 때때로 선발로, 그리고 팀의 주요한 공격 옵션 중 하나로. 이 과정에서 내가 주목한 건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 리그1의 리듬에 어떻게 맞춰져 가는가였다. 리그1은 피지컬이 강한 아프리카계 선수들이 많아서 경기 속도가 빠르고 몸싸움이 거친 리그다. 기술적인 빌드업이 많은 라리가와는 분위기가 다르고, 프리미어리그처럼 중원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리그와도 결이 다르다. 이강인이 이 환경에서 어떻게 자기 공간을 찾아가는지가 한 시즌 내내 흥미로운 관찰 포인트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강인이 나오지 않는 경기도 보게 됐다. 마르세유와 모나코의 경기, 릴과 니스의 경기 같은 것들이었다. 처음엔 이강인의 다음 상대를 미리 공부하는 마음으로 틀어둔 경기였는데, 보다 보니 리그1 전체의 매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술적이고 피지컬한 선수들이 폭발적인 개인 기량을 보여주는 장면, 그리고 중하위권 팀들이 상위권을 상대로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경기 양상이 예상보다 재미있었다. 파리 생제르망을 중심으로 한 구도 안에서도 다른 팀들이 각자 자기 색깔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이게 리그1의 진짜 매력이라는 걸 그때 알게 됐다.
이강인이 파리에서 보낸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를 바라보는 현지 매체의 톤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아시아에서 온 유망주”라는 뉘앙스가 강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파리 생제르망의 공격 옵션 중 한 명”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한국 팬 입장에서는 이 변화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게 꽤 특별한 경험이었다. 선수가 리그에 적응하고, 리그가 선수를 받아들이고, 그 사이에서 경기력이 조금씩 진화해 가는 과정을 한 시즌 넘게 추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리그1을 볼 때 이강인만 보지 않는다. 그를 포함한 파리 생제르망 전체의 움직임을 보고, 상대 팀의 대응을 보고, 그리고 다른 경기의 결과를 체크하면서 리그 전체의 순위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따라간다. 쿠팡플레이에서 리그1 경기를 틀어놓고 있을 때마다, 불과 1-2년 전에는 이 리그에 이런 애정을 가지게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한 선수를 따라가는 시청이 어떻게 한 리그 전체에 대한 이해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는 경험이었다.
해외축구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이런 식으로 자기만의 지도가 조금씩 넓어지는 데 있다. 처음엔 한 팀, 그다음엔 한 리그, 그리고 결국엔 유럽 축구 전체의 흐름이 연결되어 보이기 시작한다. 이강인이 파리에서 계속 뛰는 동안 나는 리그1을 볼 것이고, 그가 다음 무대로 옮겨간 뒤에도 아마 한동안은 리그1을 계속 볼 것 같다. 한 번 열린 관심의 문은 쉽게 닫히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