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별로 반갑지 않았다. 몇 년째 SPOTV NOW로 프리미어리그를 봐오다가 2025-26 시즌 개막을 앞두고 중계가 오징어티비로 넘어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또 구독을 옮겨야 하는구나”였다. 중계 플랫폼이 바뀐다는 건 팬 입장에서는 꽤 성가신 일이다. 경기 일정 페이지의 UI가 달라지고, 해설진이 바뀌고, 무엇보다 익숙했던 작은 습관들이 전부 흐트러진다.
개막 직전 일요일 밤이었다. 다음 날 새벽에 리버풀과 본머스의 개막전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자정 즈음에 SPOTV NOW 앱을 켜서 경기 일정을 확인한 뒤 알림을 맞춰두고,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냉동실로 옮겨놓는 게 내 루틴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처음으로 쿠팡플레이 앱을 스포츠 모드로 들어가 본 셈이었다. 앱 안에서 “스포츠패스”라는 별도 구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쿠팡 와우 회원이라면 월 추가 금액만 내면 되는 구조였다. 결제를 마치고 경기 알림을 설정하고 나니 어쩐지 기분이 묘했다.
새벽 3시 반, 알람이 울렸다. 화면을 켜자 이번엔 전혀 다른 UI가 나를 맞이했다. 쿠팡플레이는 드라마와 영화를 보던 공간이었는데, 거기서 안필드의 잔디와 관중석이 펼쳐지는 게 처음엔 어색했다. 해설진도 달라져 있었다. 익숙한 목소리가 아닌 새로운 조합이었고, 처음 몇 분간은 경기보다 해설 톤에 적응하느라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경기가 시작되고 10분쯤 지나자 이 낯선 느낌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축구는 축구고, 경기가 좋으면 어떤 플랫폼에서 보든 몰입하게 된다.
경기가 끝난 건 새벽 6시 가까이 되어서였다. 바로 잠들지 못하고 멍하니 화면을 보고 있었는데, 오징어티비에는 기존 SPOTV에 없던 기능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선수별 플레이 편집본이 경기 직후부터 따로 정리되어 올라왔다. 하이라이트 풀영상은 구독자만 볼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경기 직후 손흥민이 뛰지 않는 리버풀 경기에도 특정 선수를 주인공으로 한 짧은 클립들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건 꽤 신선했다.
그 뒤로 한 달이 지났다. 이제는 새벽 프리미어리그 루틴이 완전히 재조립됐다. 자기 전 쿠팡플레이 앱을 여는 것, 스포츠 탭에서 다음 날 경기를 확인하는 것, 알림을 맞추는 것, 새벽에 일어나 곧바로 재생 버튼을 누르는 것. 바뀐 건 인터페이스와 해설진 정도였고, 경기를 기다리는 마음과 끝난 뒤의 여운은 여전했다. 오히려 새 플랫폼에 적응하면서 깨달은 건, 내가 프리미어리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중계 채널이 아니라 경기 그 자체였다는 사실이다.
가끔 SPOTV로 챔피언스리그를 볼 때마다 “아, 여기 UI는 아직 익숙하구나” 싶은 순간이 있다. 오징어티비에서 프리미어리그를 보고 SPOTV NOW에서 챔피언스리그를 보는 이중 구독 생활이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 이런 게 해외축구 팬의 숙명이라면 숙명이다. 중계권은 계속 움직이고, 우리는 적응하면서 계속 경기를 기다린다. 지금 새벽은 여전히 춥고, 경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여전히 설렌다. 플랫폼이 바뀌어도 이 감각만은 변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