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커뮤니티에서 세리에A 이야기가 나오면 여전히 같은 반응이 나온다. 수비적이다, 느리다, 점수가 안 난다. 이 평가는 꽤 오랫동안 세리에A를 따라다녔고,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세리에A를 실제로 꾸준히 보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평가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다. 이탈리아 축구는 지난 10년 사이 생각보다 많이 변했고, 그 변화를 한 번에 요약하기 어려울 만큼 여러 층위에서 움직였다.

2010년대 초중반의 세리에A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확실히 느렸다. 유벤투스가 압도적으로 강했던 시기였고, 많은 팀들이 유벤투스를 상대할 때 수비 블록을 깊게 내리고 역습 한두 번을 노리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었다. 카테나초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전통 수비 축구의 그림자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었다. 경기 평균 득점이 다른 리그보다 낮았고, 빌드업 단계에서 공이 측면으로 길게 돌아가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이 시기에 세리에A를 본 사람이라면 “이탈리아 축구는 수비적이다”라는 인상을 가질 만했다.

변화의 조짐은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나타났다. 아탈란타의 가스페리니 감독이 보여준 압박 축구가 리그 전체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공을 빼앗긴 직후 몇 초 안에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조여들어가는 방식은 원래 독일이나 잉글랜드 쪽에서 유행하던 스타일이었는데, 이탈리아 팀이 이 흐름을 받아들이고 자기 색깔로 소화하기 시작한 게 이 시기였다. 아탈란타는 작은 도시의 중소 클럽이었지만 이 축구 하나로 챔피언스리그 단골 팀이 됐고, 리그 안에서도 이런 방식이 점점 번져갔다. 경기 템포가 빨라지기 시작한 분기점이었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변화는 더 뚜렷해졌다. 나폴리가 2022-23 시즌 스쿠데토를 차지했을 때 보여준 축구는 기존 이탈리아 축구의 이미지와 거리가 먼 빠르고 공격적인 스타일이었다. 인터 밀란과 AC 밀란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현대적인 축구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김민재 선수가 나폴리에서 뛰던 시기 경기를 본 한국 팬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수비수가 공을 잡으면 길게 차는 게 아니라 전방까지 패스로 연결하면서 전진하는 장면을 이탈리아 리그에서 자주 보게 됐다는 사실을.

전술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경기 양상도 달라졌다. 최근 몇 시즌 세리에A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꾸준히 올라갔고, 하위권 팀들도 단순히 내려서지 않고 중원에서부터 싸우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전히 전술적인 완성도와 수비 조직력이 이탈리아 축구의 정체성이지만, 그 위에 현대 축구의 속도감과 공격성이 덧칠된 형태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이탈리아 클럽들이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이 변화의 결과로 보인다.

물론 프리미어리그나 분데스리가처럼 매 경기 골이 쏟아지는 리그를 기대하고 세리에A를 본다면 여전히 실망할 수 있다. 이탈리아 축구는 공격 전환 속도가 빨라지긴 했어도 무작정 치고받는 경기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전술판 위에서 서로의 빈틈을 찾고, 한 번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 번 우회하는 방식이 여전히 세리에A의 본질이다. 이 점이 예전에는 “재미없다”로 읽혔다면, 지금은 “밀도 있다”로 읽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SPOTV NOW에서 세리에A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이 리그는 한 번 경기를 집중해서 본 뒤 다시보기로 같은 장면을 한 번 더 돌려볼 때 재미가 한 단계 더 올라간다는 점이다. 실시간으로는 놓친 수비 조직의 움직임이나 빌드업의 의도가 두 번째 시청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재미없다”는 오래된 평가와 지금의 세리에A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꽤 멀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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